오늘 지헌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지헌이가 '일터에서의 생산성을 물리학이 잘 설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힘, 일, 일률 간 관계에 대해 잠깐 이야기했는데, 다시 한 번 머릿속에 정리하고자 나의 언어로 정돈한다.
1. 힘(Force)
힘은 물체의 속도를 바꾸는 요소다. 자연스럽게도,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속도를 바꾸는 게 더 힘들다. 즉 "힘"이 더 든다.
이를 표현한 것이 운동방적식 이다. 물체의 속도는 힘이 클수록, 질량이 작을수록 더 많이 변한다는 뜻이다.
힘의 단위는 이다. 단위는 특정한 양(quantity)을 추상화하기 위해 사용한다. 물리에서는 단위가 정말 중요하다.
짜리 물건의 속도를 만큼 바꾸는 데 걸리는 힘을 으로 '합의'한다. 물론, 라고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2. 일(Work)
일은 특정 거리 동안 작동한 힘의 합계다. "거리" 개념이 등장한다는 게 중요하다. 의 힘을 에 걸쳐 작용했다고 하자. 이 양을 이라고 한다. 라고 써도 된다.
일은 쉽게 말하자면 "성과"다. " 의 힘을 동안 주었다면 일을 얼마나 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만큼 일했다고 대답하면 된다.
3. 일률(Power)
일률은 일을 시간으로 나눈 것이다. 만큼의 일을 하는 데 걸리는 일률을 라고 한다. 즉 와트는 생산성의 단위다.
의 일률을 띠면 의 힘을 에 걸쳐 작용하든, 의 힘을 에 걸쳐 작용하든 걸린다.
이제 세 물리량 간 관계를 미분, 적분으로 해석해보자. 이 때 미분은 나누기, 적분은 곱하기와 다를 바 없다. 먼저 일은 힘을 어떤 거리만큼 반복한 것이다. 쉽게 말해 힘과 거리의 곱이다. 이 때 '힘을 거리에 대해 적분하면 일이 된다'고 한다. 한편 일률은 일을 시간으로 나눈 것이다. 이 때 '일을 시간에 대해 미분하면 일률이 된다'고 한다.
반대로 '일률을 시간에 대해 적분하면 일이 된다'고 해도 된다. 두 번째 표현은 이렇게 해석하면 된다. 어떤 일률(생산성)이 특정 시간 동안 유지되면, 얼만큼의 일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즉 일률과 시간의 곱이 곧 일이다.
내친김에, 에너지라는 물리량도 알아보자. 에너지는 지헌이와의 대화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물리량이므로 함께 정리해두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4. 에너지(Energy)
에너지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에너지'라는 물리 용어가 일상에 다른 뜻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힘(Force)도, 일률(Power)도 아니다. 그런데 일상에서는 흔히 "에너지 넘친다"를 "힘이 넘친다"와 같은 뜻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헷갈리기 마련이다.
물리나 수학에서 에너지를 다룰 때는 에너지의 정의를 넓게 해석해선 안 된다. 그 정의란 '일로 바뀔 수 있는 물리량'이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모호하다.
단위를 살펴보자. 에너지의 단위는 일의 단위와 똑같은 이다. 그러니까, 어떤 물체는 만큼의 에너지를 '보유'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물체는 만큼의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렇게 일을 해내고 나면 에너지가 고갈되어 이 될 것이다.
즉 에너지는 물체가 품고 있는 것이고, 품은 것을 발산하면서 소진할 때 그만큼의 일을 할 수 있다. "10만 원을 갖고 있다"와 "10만 원을 썼다"라는 표현에서, 분명히 다른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단위가 같다는 점을 생각하면 된다.
회계를 공부한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단 회계를 모르면 이 설명이 오히려 어려울 수 있으니 무시하는 게 좋을 수 있다.) 에너지는 지갑 속의 현금 '잔고(stock)' 개념이고, 일은 현금 '지출액(flow)'의 개념이다. 에너지는 재무상태표 항목이고, 일은 손익계산서 또는 현금흐름표 항목이다.
만약 "물체 A가 위치 P에서 갖는 에너지를 계산하라"라는 문제가 있다면, 결국 이 물체가 하게 될 '일의 양'을 계산하면 된다. 높은 곳에 있는 물체의 에너지가 궁금하다면, 그 높이에 있음으로 하여 그 물체가 할 수 있는 일을 상상하면 된다.
일이란 무엇이었나? '힘 x 거리'다. 따라서 그 물체가 떨어질 때 발생하는 힘(단위가 인)과 그 물체의 현재 높이(단위가 인)를 곱한 값이 곧 일이고, 에너지다.
여기서 끝낼까 하다가... 4번까지 이해했으면 거의 다 이해한 것이므로 조금만 더 알아보자. 이번에 알아볼 것은 충격량이라는 물리량이다.
5. 충격량(Impulse)
충격량을 일과 대조하면 이해하기도, 기억하기도 쉽다. 일을 정의할 때, 특정 거리 동안 가해진 힘의 합이라고 했다. 충격량은 "특정 시간 동안 가해진 힘의 합"이다. 힘을 거리 대신 시간으로 적분하면 된다.
그러니까 일과 같은 계위의 개념이다. 힘에 거리를 곱하면 일이 되듯, 힘에 시간을 곱하면 충격량이 된다. 충격량을 나타내는 단위는 따로 없다. 일은 라는 단위를 갖고 있었는데, 충격량은 그냥 힘과 시간을 곱한 로 쓴다. 앞서 라고 했다. 따라서 라고도 할 수 있다. 유심히 보면 두 번째 단위는 '질량 곱하기 속도'이다.
6. 운동량(Momentum)
누군가는 속으로 이런 질문을 했을 것 같다.
'일은 특정 거리 동안 지출하는 현금에 비유했고, 에너지는 물체가 보유한 현금의 양으로 비유했다. 즉 "보유한 현금(에너지)의 변화 = 지출액(일)"이다. 그러면 일과 에너지 간 관계가 충격량에도 있지 않을까?'
맞다. 특정 거리 동안 발산한 힘의 합계가 일이고, 특정 시간 동안 발산한 힘의 합계가 충격량이다. 거리가 변하기 전, 즉 힘을 발산하기 전에 물체가 보유한 것이 에너지였다. 충격량도 같은 개념이 있다. 시간이 변하기 전, 즉 힘을 발산하기 전에 물체가 보유한 것은 "운동량"이라고 한다.
시간이 정지해 있을 때 물체는 운동량을 보유하고 있다가, 시간이 흐르면 힘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보유하고 있던 운동량이 줄어들고, 충격량으로 변한다. 마치 에너지가 소진되면서 일을 했듯, 운동량이 소진되면서 충격량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운동량(Momentum)이라는 단어는 물체가 움직이는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즉 역동성 있는 단어다. 하지만 실제 개념은 전혀 다르다. '시간이 정지돼 있을 때 측정한 값'이다. 에너지를 설명할 때 stock vs. flow로 비교했는데, 운동량과 충격량의 관계도 똑같다. 운동량은 stock이고, 충격량은 flow다.
에너지 단위가 일과 같았듯, 운동량도 단위가 충격량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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