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에는 대략 10년 전부터 써온 글들이 쌓여 있다. 최근 그 글들을 다시 하나씩 읽고 있다.
블로그를 ReactJS + Node.js 기반에서 SvelteKit 기반으로 다시 만드는 김에, 잘못 쓴 글들은 수정 후 주석을 달아놓거나 아예 삭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신선한 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탓인지, 10년 전쯤 쓴 글들이 요즘 쓴 글들보다 더 재밌다.
그리고 많은 경우 생각이 더 깊고 날카롭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철없는 내용도 많지만, 어떤 주제에 관한 생각은 '오 참신한데?' 싶은 것들이 꽤 있다.
옛날에 했던 생각들 중 지금은 말끔히 기억에서 사라진 것들이 글로 남아 있는데, 지금의 나라면 결코 백지에서 떠올리지 못할 만한 생각들도 있다.
그런 생각들을 발견하다 보니, 지난 10년 간 아는 것은 많아졌으나, 생각은 무뎌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만약 사실이라면, 내 생각은 왜 무뎌진 걸까?
한 가지 가설은 '여유 부족'이다. 그 당시에는 시간이 많았다. 지금처럼 바쁘지 않았다.
퇴근 후 딱히 정해진 일정이 없었고, 뭔가 치열하게 좇는 목표도 없었다. 게다가 2015년에는 백수였고 혼자서 해외 여행을 한 달 이상 다녀오기도 했다. 즉 하루종일 '생각만 해도 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천천히, 쫓기지 않고 어떤 주제를 골몰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들고, 그 생각을 글로 정리하다 보니 재밌는 생각들이 하나둘씩 싹튼 게 아닐까?
창업 후 쓴 글들을 보면 종종 '사색이 필요하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만큼 각 잡고 TODO로서 사색을 해야만 할 정도로 여유가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홀로 나의 욕구만 좇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딸린 식구들과 사회적 책임이 훨씬 많아졌다.
한창 진행 중인 OU 학기를 5월에 마치면 10월까지 긴 방학이다. 그 때 의식적으로나마 잉여 인간이 되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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