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메종파이프그라운드에서, 올해 들어 가장 화나는 일을 겪었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 다른 데로 옮겨 식사하다가 살짝 얹혔다.
이제 시간이 꽤 지난 일이라서, 감정을 빼고 차분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화가 났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엉성한 체계. 잘못은 업주에게 있다.
둘째는 미숙한 대응. 잘못은 점원과 업주에게 있다.
셋째는 무례함. 잘못은 점원에게 있다.
솔직히 얼른 망했으면 좋겠지만, 내가 바란다고 그런 일이 생기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게 충분한 힘이 있었다면 금전적 득실을 떠나 반드시 해를 가했을 것 같다.
1.
엉성한 체계는 예약 체계를 뜻한다.
나는 워크인으로 방문했는데, 가게 앞 키오스크에서 예약했고 앞선 대기팀은 1팀 있었다.
예상 대기 시간은 60분 미만이었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1시간이 넘지 않았다는 것만 기억난다.
이 때가 아마도... 11시 50분쯤이었다.
대기한 지 얼마 후 앞팀이 착석했고, 시간은 12시 10분~12시 20분쯤이었다.
잠시 후부터 빈 자리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5개 이상 테이블이 비어 있었다.
이 때 점원에게 언제 자리가 나는지 물어봤는데, 정확히는 알려줄 수가 없다고 하면서 20분쯤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금 비어 있는 자리는 캐치테이블로 1시 예약한 고객들을 위해서 비워놓는 자리라고 했다.
1시 예약이 몇 팀 되는지 물어봤을 때, 8팀이라고 했다.
즉 테이블이 9개 이상 비어야 내가 앉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보였다.
1시가 돼서 예약 손님들이 도착하면 다시 테이블이 전부 찰 텐데, 그러면 내 일행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물어봤다.
이번에도 모르겠다는 대답 뿐이었다. 모른다는 건 체계나 규칙이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조금 전 착석한 앞팀과 내 일행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1시 20분까지 기다렸는데도 자리가 나지 않았고, 그 때쯤 워크인 손님들은 내 일행 뒤로도 두세 팀 더 있었다.
1시 손님들은 2시까지 밥을 먹을 거고, 아마 가게가 한가해지는 시점(1시 45분쯤)부터 자리에 앉지 않았을까 싶다.
워크인 예약과 캐치테이블 예약 간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것은 점원 재량이므로 마냥 탓할 수는 없다.
눈치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1시까지 40분이나 남아 있고, 워크인 예약 시작한 지 30분이나 지난 손님에게 더 기다리라고 하다니...
무식한 방식에 치가 떨렸다.
2.
모르겠다는 답변과 돌려막기식 대응이 불쾌했다.
카운터를 보는 점원에게 질문하면, 상급자를 찾는 듯이 우물쭈물하며 다른 점원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면 이내 다른 점원이 와서 대답을 대신 하고는 다시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내가 꼬리질문을 할 틈이 없었고,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미숙한 대응은 1번 엉성한 체계에서 어느 정도 드러난 것 같아 더 자세히 쓰지 않겠다. 시간도 아깝고.
3.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어떤 남자 점원이 있었는데, 태도가 굉장히 불쾌했다.
내가 카운터에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 빈 테이블이 많지 않냐, 벌써 한 시간 이상 기다렸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하지 않냐고 따지고 있었는데, 입구 쪽으로 가더니 멀리 있는 나에게 '입구로 와서 얘기하라고 손짓'했다.
다른 손님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구석에서 얘기하고 싶다는 뜻이었겠지만, 나도 기분이 나쁜 상황이었으므로 그렇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카운터에서 얘기할 거다. 여기서 얘기해라."라고 했는데, 그 직원이 싱긋 웃으면서 "싫어요"라고 했다.
이 때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화도 많이 났다. 논리적으로 그 직원이 잘못한 건 없다.
싫으니까 싫다고 한 것뿐이다.
그런데 나는 그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불만으로 가득찬 고객에게 "싫어요"라든가, "이 쪽으로 와서 얘기하세요"라든가 하는 대응 방식은 처음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나는 그 직원이 메종파이프그라운드에 임시 채용된 아르바이트일 거라고 예상했다. 식당이 잘 되든 안 되든 딱히 상관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위와 같이 대응할 리가 없다.
만약 오래 된 직원이거나 정규직이라면 직원 교육이 엉망인 셈이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했기에 결국 내가 입구 쪽으로 가서 얘기를 나눴는데, "내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냐고 물어봤을 때로부터 다시 또 한 시간이 지났다"고 했는데, "20분 더 지났죠"라고 하면서 또 싱긋 웃었다.
실은 한 시간이 지난 게 아니라, 45분쯤 지난 시점이었다. 내가 흥분해서 시간을 잘못 얘기한 것이다. 나도 잘못이 있지만, 이 직원도 시간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비웃듯이 내 말을 정정한 것이다.
우선 그 방식(말을 끊고 웃으면서 정정한 것)이 매우 불쾌했고, 그 내용도 사실이 아니어서 더 화가 났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손이 떨릴 지경이었고, 그러다 보니 처음의 교양 있는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아마 그 상태에서 5분 더 대화했다면 결국 비속어를 썼을 것이다.
다행히 점잖게 대화를 끝내고 싶어서,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가게에서 나와버렸다.
메종파이프그라운드에 관한 기억은 이게 끝이다. 앞으로도 나는 메종파이프그라운드에 관한 기억을 내 인생에서 하나도 쌓지 않을 셈이다.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다. 나는 이 브랜드가 망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망해서, 경영진이 직원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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