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사용기

by Dongeun Paeng
Jul 26, 2024 · 만 34세

회사에서 외주 쓰는 일이 잦다.

같은 작업을 두 분의 프리랜서에게 두 달 간 맡겼다.


그 중 한 분은 계약을 세 번째 갱신 중이고, 다른 분은 갱신 없이 첫 계약 종료 후 바로 잘라냈다.


후자의 산출물은 뭐가 별로였던 걸까? 사실 산출물은 쓸만했다.


이 외주의 질을 분석(分析) 나열하자면 (순서와 중요도 상관 없이) 이렇다.


첫째, 납기.

둘째, 소통 방식.

셋째, 산출물 자체의 품질.


각각이 얼마나 중요할까?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 이 작업은 납기가 결정적이지 않다. 하루 쯤 늦어도 별 탈 없다.

소통 방식은 위생요인이다. 소통이 문제가 되면 그 때 중요해진다. 평소엔 안 중요하다.

산출물 자체의 품질. 이게 제일 중요하다.


두 분 중 계약을 매번 갱신하는 분은 납기가 철저하고, 소통을 깔끔하게 하셨다. 요구사항이 명확하고, 내가 늦으면 나를 쪼았다. 본인이 납기를 맞추려면 내가 언제까지 무엇을 알려줘야 하는지 계속 얘기했다. 그래서 늘 쫓기듯 피드백을 드려야 했다.


잘린 분은 계약 이후 연락이 없었다. 한참 활동이 느껴지지 않아 퍼뜩 '아 이 분 소식이 뜸하네. 납기가 언제였더라?'라며 내가 먼저 메일을 보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납기가 하루 전이었다. 약속을 경시하는 게 꽤 불쾌했다.


납기와 소통 문제가 치명적인 건 아니기 때문에 둘째 분을 자르지 않고 그냥 두는 게 낫다. 시간 당 산출물이 늘어나므로. 다른 분 찾거나 한 분만 데리고 일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그럼에도 이 분을 자를 때 나는 본능에 의거해 결정했다. '이 분 참 프로답지 않다.'라는 인상이 앞섰다. 그리고 그 결정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냥.


'프로다움' 따위가 산출물 자체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그래서 두 분 작업을 위와 같이 세 부분으로 해체하고, 부분 점수를 합해 전체 점수를 만들면 두 분 점수 차이가 적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분석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일도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당연히 내가 이 프리랜서 분들을 판단한 기준으로 나도 누군가에게 판단될 것이다.

누가 내게 "너랑 일하는 게 참 불편해. 뭔가... 일을 못하는 것 같아."라고 얘기한다면?


그는 내 작업을 해체하고 남과 비교해서 점수를 매긴 게 아니라, 나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상(impression)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 인상을 편견이라고 하든, 편향이라고 하든 아무 소용이 없다. 그 인상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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