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용 - 대칭: 갈루아 이론

by Dongeun Paeng
Aug 26, 2024 · 만 34세

엄청 잘 쓴 책. 문장이 군더더기 없고, 설명이 자세하고 친절하다.


대칭, 갈루아 이론, 군론은 같은 말로 취급해도 괜찮다. 군론은 “오차다항식의 근의 공식이 존재하는가?”를 답하는 과정에서 발달한 수학 분과다. (일차부터 사차까지는 다항식의 근의 공식이 있다.)


책이 친절하다고 해서 이해하기 쉬운 건 결코 아니다. 다루는 주제가 어려워서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많은 위대한 수학자들이 축적한 고민을 한 번에 이해하는 건 누구에게든 어려운 일일 것이다. 다만 전부 이해하겠다고 욕심내지만 않으면 누구든 읽을 수 있다. 모르는 부분 건너뛰어도 책의 요점은 충분히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 질문"에 답한 사람은 스무 살에 요절한 수학 천재 갈루아(Galois)다. 근데 갈루아는 혼자서 답을 찾아낸 게 아니다. 저자는 수학이 다수의 노력이 누적하며 발전하는 것이라고 줄곧 이야기한다. 갈루아 이론도 라그랑주가 다항식의 가해성과 대칭의 관계를 인식한 것에 크게 힘입었다. 라그랑주 또한 앞선 수학자들의 고민에 자기의 노동을 얹어 독자적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고, 라그랑주와 갈루아 사이에는 루피니, 코시, 아벨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진전이 있었는데, 돌연한 발상이 주효했지만 고단한 계산 없이는 그 발상이 빛을 절대 발할 수 없었다는 점 또한 책에 매우 잘 드러난다. 이 책은 그 고단한 계산의 일부만 담고 있음에도 계산량이 엄청나다. 그래서 난 계산 부분은 건너뛸 수밖에 없었다. 집중도 안 되고 시간도 없어서... 대신 갱독하면서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 계산 파트 말고도 분해체, 확대체 관련 내용은 이해하지 않고 넘어갔다.


내 생각에 하이라이트는 8장이다. 여기 "그 질문"의 답이 쓰여 있다. 답에 이르는 과정은 어렵지만 답 자체는 간명하다. 요약하자면 오차다항식을 군으로 표현 후, 그 군을 소인수분해하듯 단순군으로 분해하면 근의 공식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분해 방법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만큼 쉽다.


저자의 다른 책도 궁금하고,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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