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사고, 복리의 힘은 이제 꽤 많은 사람들에게 상식이 됐다. 얼마 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매대에 PCA 번역본이 놓인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게다가 한국인이 소유한 미국 주식 순위 중 버크셔해서웨이(A+B) 순위가 꽤 높다. 주식 시장에 대한 대중 교양이 날로 성숙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아무리 계산이 빠르고 똑똑한 사람과 얘기해봐도, 그 중 장기적 사고나 복리의 힘을 믿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이 못 봤다. 계산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계산대로 행동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문제는 우리의 성정이다.
S&P500의 장기 연평균 수익률은 7% 정도다. 이는 자산이 10년마다 2배가 되는 속도다. 예를 들어, 내가 올해 3천만 원을 저축하고 그것으로 S&P500을 사면, 10년마다 2배가 되니까 30년 후에는 8배가 되어 2.4억 원이 된다는 뜻이다. 자, 지금 내 나이가 서른 살이라고 하자. 매년 3천만 원을 위 방식으로 투자하면 어떻게 될까? 30년이 지나 예순 살이 되면, 나는 매년 2.4억 원 어치씩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편의 상 세금 내고 나면 1.9억 원 정도 남는다고 치자. 그러면 나는 예순 살부터 30년 간, 매년, 불로소득이 1.9억 원씩 들어온다는 뜻이다. 물론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위 계산에서 틀린 점을 찾아보라고 한다면 물론 진입 시점(시장이 한창 고평가 돼 있을 때 투자하면 연 7% 수익률이 안 나온다)이나, 회수 시점(시장이 한창 저평가 돼 있을 때 매도하면 연 7% 수익률이 안 나온다)을 짚어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투자해보면, 시장이 위아래로 출렁이는 것은 수익률을 낮추긴커녕 더 높여준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올해 매도할 수 있는 주식 2.4억 원 어치가 있는데 시장이 폭락해 연평균 수익률이 7%를 밑돌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기다렸다가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 매도하지 않겠는가?
한 술 더 떠보자. 예순도 아직 청춘이다. 예순에 주식을 매도하지 말고, 20년만 더 버텨보자. 그러면 2.4억 원이 다시 4배로 불어서, 여든 살부터 매년 세후 9.6 * 0.8 = 7.7억 원씩 현금화할 수 있다.
우리는 단순하고, 평범하고, 현실적인 가정으로부터, 비현실적일 만큼 부유한 삶, 게다가 노동을 요구하지 않는 삶에 도달했다.
가정 1: 매년 3천만 원을 저축한다. 할 수 있다.
가정 2: S&P500을 구매한다. 할 수 있다.
가정 3: 30년 동안 팔지 않는다.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정 3에서 하차한다. 오랫동안 묵혀두는 것을 '왜 못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저, 성정이 그런 것이다. 찰리 멍거였는지 워렌 버핏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투자를 잘하려면 특유의 기질을 타고나야 한다'고 했다. 장기적 사고는 어느 정도 기질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모니시 파브라이가 더 잘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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