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잘 치는 법

by Dongeun Paeng
Feb 22, 2025 · 만 35세

레슬링 관원 중 골프 코치가 있다. 샤워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골프 얘기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살면서 골프채를 몇 번 쥐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라운딩 생각이 없지만 한 분야 전문가 얘기는 늘 즐겁다.


그 분은 고등학생 때부터 선수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골프 선수들 사이에선 무척 늦은 편이란다.

골프 선수가 되려면 지방 건물 두 채는 팔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골프는 프로/코치는 품위 유지비가 많이 들어, 돈 모으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 관원은 지금은 코치로 생활한다고 했다. 벌이가 좋을 땐 한 달에 1,800만 원까지 벌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이 너무 많으니 힘들어서, 레슨을 줄이고 지금은 설렁설렁(?) 900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라운딩도, 연습도 이제 안 하지만 가끔 칠 때마다 72~74타 정도 꾸준히 나온다고 한다. 친한 사람들과 나가면 1~2타 차이로 이기게끔 타수를 정확히 조절한다고 하니, 보통 사람과 천지 차이인 것만큼은 확실해보인다.


골프 잘 치는 방법을 물어봤다. 그 분의 말은 이렇다.


"골프는 모든 운동 중에 재능을 가장 덜 요구해요. 유연성도, 근력도, 근지구력도, 체력도, 탄력도, 센스도,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요. 연습량이 전부예요. 저를 보세요."


그 말이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서킷 트레이닝에서든, 유연성 훈련에서든, 레슬링에서든, 발군의 실력이라고 보긴 어려운 분이다. 그런데도 그 분의 스윙을 보곤 사람들이 '유연하다'고 평한다고 한다. 사실 그게 '유연해보인다'는 것을 그 분은 아는 것이다.


"그러면 얼마나 연습해야 일반인도 실력이 쭉쭉 느나요?"


"진짜 단순해요. 하루 2,000타씩 치면 순식간에 스코어 80까지 떨어져요."


"2,000타가 얼마나 되는 훈련량이에요?"


"하루 8시간이요."


"..."


진짜 단순한 방법이었다. 그 분도 그렇게 훈련했다고 한다. 제주도에 있는 컨트리클럽에 취직해서, 그 곳의 기숙사에 살면서 하루종일 골프 치고, 일하고 반복했다고 한다.


하루 2,000타를 치면 실력이 안 늘 수가 없다고 한다. 스윙 포즈가 좋든 안 좋든, 버릇이 있든 없든, 멘탈이 좋든 나쁘든, 그런 세부사항을 무시할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은퇴한 운동 선수들이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 분은 "피지컬이 녹슬어도 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훈련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운동 선수들에게 매력 있는 게 아닐까.


내게 시간이 많아진다면 우선 레슬링 같은 격한 스포츠를 더 열심히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언젠가 골프를 잘 쳐야만 하는 날이 온다면 이 조언대로 해볼 생각이다. 물론 8시간은 무리고, 하루에 4시간씩 하면 어떨까? 아침 6-8시, 점심 11-13시 이렇게.


하지만 그런 날이 과연 올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 골프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다. 취미로서는 책 읽고, 수학 공부하고, 개발하는 게 더 재밌다. 운동으로서는 레슬링이 더 재밌다. 어쩌면 골프가 재밌는 건 친구들과 함께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른이 돼서도 친구들과 즐겁게 할 수 있는 활동이 골프 외에 많진 않으니.


그런데 나는 친구가 없다. 친구가 필요하지도 않다. 그래서 골프가 내게는 더 와닿지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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